티스토리 뷰

얼마 전 한 청년이 들려준 짧은 한마디가 유난히 마음에 남습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조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소감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제도 개편을 넘어 사람의 생각과 태도까지 바꿀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는 출산 장려를 외치는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존중받고, 아이가 환영받으며, 청년들이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 구조 자체가 전환되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돌봄이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도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상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의 6개월은 아직 충분하다 말하기 어렵지만, 변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혼인과 출생아 수가 반등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양육비 부담 완화, 돌봄 사각지대 해소, 근로시간 유연화, 신혼부부 주거 안정, 금융 혜택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아동수당 상향, 야간 돌봄 확대, 농어촌 돌봄 확충, 아이돌봄 사각지대 보완, 신혼부부 공공임대 확대,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이 전 생애에 걸친 지원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 각각의 ‘존재’가 아니라, 단절 없이 이어지는 체계화와 실질적인 실행력입니다. 출산과 양육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함께 키우는 사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마련될 때 비로소 청년들이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일하는 방식과 육아 문화의 전환은 저출생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일·가정 양립 2.0’ 정책은 성별 고정된 육아 책임을 해체하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문화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AI 기반 유연근무제, 성평등한 돌봄 환경 조성, 기업 인센티브 강화 등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조직문화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특히 리더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경영진이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실제로 사용해 조직 구성원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간관리자의 평가 기준에 성평등 조직문화 지표를 포함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업무 몰입과 성과가 육아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인식 전환이 정착되어야 안정적인 변화가 가능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도를 시행하는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는 새로운 조직의 문화입니다.

기업 안에서 남성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버지를 위한 감정 코칭, 육아 워크숍, 부부 교육은 노동자가 부모로서도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돌봄은 개별 가정의 부담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가치가 됩니다. 여기에 직장 어린이집 확충, 야간 돌봄 제공, 맞춤형 육아 지원 포인트와 같은 실질적 인프라가 더해지면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자와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에 대한 지원금, 대체 인력 비용 지원,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동료 업무 분담 보상 등은 직장 내 공백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형 가족친화 인증제인 K-DADDY 인증제와 같은 기준을 통해 기업들이 돌봄 친화 문화를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돌봄은 더 이상 복지의 영역만이 아니라 기업의 인재 확보와 ESG 전략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출발점은 언제나 신뢰입니다.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를 실제로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부모들이 양육 과정에서 존중받는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업이 노동자의 삶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라는 말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미래의 방향이며,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되는 변화입니다.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한발씩 앞으로 나아갈 때, 결혼과 출산은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저출생은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결국 함께 돌보는 문화 속에서 해결될 수 있는 공동의 과제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청년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부모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아이를 환영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미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흐름을 단단하게 이어가는 일입니다.